고대의 전세제도 안티크레시스

현재 대한민국에만 있다고 알려진 전세제도, 외국인들한테는 월세가 일반적이며 전세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전세제도의 기원은 우리나라일까? 서양 전세의 기원이라 알려진 안티크레시스를 통해 고대의 전세제도에 대해 알아보자.

안티크레시스

안티크레시스는 그리스어 anti와 chresis의 합성어로 사용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는 행위를 뜻한다. 사전적의미로 풀어보자면 모기지 계약으로 대출해준 사람이 대출받은 자의 부동산을 점유하고 해당 부동산에서 나오는 이득을 이자대신 취하는 계약이다.

서양 전세제도의 기원이라 부를 수 있는 안티크레시스는 메소포타이마 시대인 15세기부터 존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대 도시 누지에서 발견된 점토판에서는 아들의 노동력을 제공하고 곡식을 빌려오는 안티크레시스계약이 새겨져 있는 것이 발견되었다.

계약에 따르면 6년이 지나면 아들을 돌려받는 대가로 원래 빌려온 양만큼의 보리를 갚아야 하는 것인데, 만약 빌려온 아들이 일터에 나타나지 않으면 아버지가 일정의 벌금을 지불하게 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를 보증하는 사람들, 즉 증인들의 보증도 함께 새겨져 있었다.

바빌로니아 법에서도 안티크레시스와 변형된 계약이 나타나고 있다. 모기지 형태의 계약으로 대출금이 상환되지 않으면 안티크레시스 계약으로 변경될 수도 있었다. 그리스법에서는 이후 데모스테네스 시절 법안에 포함된 것을 제외하면 안티크레시스의 흔적을 찾기가 어렵다.

로마법에서는 독립적인 제도로서 채택되지 않았으며 전당의 한형태로 여겨져 채권자가 취할 수 있는 이익이 전세보증금의 이자와 일치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

중세와 근대의 안티크레시스

중세시대 캐논법하에서는 안티크레시스를 인정하지 않았다. 당시에는 대출이자를 받는것이 비난받을 일이며 안티크레시스를 고리대금업의 위장으로 보는 경향이 있었다.

이와같은 금지령을 우회하기위한 수단역시 등장했는데, 나중에 같은 가격으로 되사는 조건을 붙여 매각하는 방식이다.

안티크레시스가 근대에 다시 등장한 것은 나폴레옹 버전이다. 당시 남부 프랑스에서 인기가 있던 안티크레시스관습법을 성문화한것으로 스페인, 이탈리아를 포함한 많은 남기국가에서 이 제도를 채택했다.

남북전쟁 후의 미국에서도 비슷한 제도가 등장하는데, 부동산 대출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모기지와 함께 등장한 것이 안티크레시스다. 채권자가 채무자의 부동산에서 나오는 곡식이나 열매, 임차료와 같은 수익에 대해 대출해주는 기간동안 권리를 행사하는 것으로 나폴레옹법상 안티크레시스와 동일했다.

현대의 안티크레시스

현재도 남미와 유럽의 민법상에는 안티크레시스의 흔적이 보이긴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볼리비아에서만 존재하고 있다.

볼리비아의 안티크레시스는 우리나라의 전세제도와 상당히 비슷한점을 보인다. 단 세입자가 재산세와 유지관리비를 부담한다는게 차이점인데, 만기에 집주인이 보증금 반환을 거부하면 임차인은 주택의 압류나 매각을 요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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